2009-05-10

말하기 듣기 탁구 책상 talking listening ping pong table



10월 29일 존슨 교실에서 향수씨(h)와 만났다. 향수씨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듣고, 때론 울다가, 때론 웃다가, 때론 분노하기도 하고, 지워버리기도 하고, 함께 길을 찾는" 일을 하고 있다.

p 미술관의 욕구, 미술관에서 계속 만들어 내려는 요구들 있잖아. 이 곳으로 데리고 오고 다시 여기서 나가고 그런 거를 이 공간에서 어느 정도 원하고 있고. 우리 같은 경우에는 필리핀 거리 시장에 대한 작업을 기획자가 던져 주었고, 사실 필리핀 꼭지를 받았을 때… h는 전에 우리 풀에서 전시 봤어.

h (웃음)더듬어보면 기억이 날지도 몰라. 지금 기억이 나, 라고 하는 건 말이 안돼. ps.press작업이 텍스트로, 귀 기울여 들어야 하는 거잖아. 다른 것들은 이미지들이 착착 들어오는데 그게 아니니까. (웃음)

p 지난 해 풀에서 우리가 했던 것 중에 하나가 필리핀 관련되는 작업을 했었는데, 그게 뭐 지금 우리 하는 거에 당위성을 주는 건 아니고.

s 나는 그냥 스스로 생각하기에 지금 이 작업을 하는데 어색하지 않다, 이 정도.

p 그때 진이씨와 협업을 했었다고 해야 하나 그런 게 있었고.

S 이 기획자가 그때 그 필리핀 ‘migrant collective’ 전시를 직접 보고 자료를 가져다 주고 우리가 인터뷰를 딴 사람이야.

p 나는 사실 아르코 미술관이 대학로라는 공간에 관심을 가지고, 미술관도 그 속에 하나의 커뮤니티로서 그 공간 안의 다른 여러 커뮤니티들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는 것 같은데, 솔직히 프레드가 커뮤니티에 대한 말, 그런 말을 했을 때….

s 이 프로젝트의 최종 작업은 책으로 나오는데, 그 지면 작업 디자인을 맡은 사람이 프레드라는 프랑스 사람인데, 프랑스에서는 커뮤니티가 긍정적이라기 보다 부정적으로 쓰이고, 그게 어떤 커뮤니티 내부 구성원이 호명하는 게 아니라 밖에서 주어지는 성격이라는 것, ‘저들은 공통이 성격이 있으니까 커뮤니티야’, 안에서 ‘우리는 커뮤니티야’ 그런 게 아니라. 우리가 필리핀 시장을 바라보고, 하나의 커뮤니티라고 부르는 것도 그런 맥락과 비슷하지 않나, 라는 생각도 들었어.

p 나는 ‘커뮤니티, 커뮤니티’ 라는 프로젝트 이름도 그랬고, 기획자던 작업하는 사람이던 말로 자신의 생각을 적절하게 표현을 하려고 노력하잖아. 그런데 우리 처음 다 같이 미팅하는데 ‘커뮤니티, 커뮤니티’라는 이름이 눈에 안 들어 온 거야. 나는 대학로 프로젝트라고 생각했던 거야. 근데 그게 나한테는 훨씬 대학로 프로젝트라는 게 맥락적으로 이해가 되는 거야.

s 나는 ‘커뮤니티’ 프로젝트라는 타이틀은 처음부터 이해를 하고 있었어. 미술관이 하고 싶은 게 자기 주변의 커뮤니티를 찾고, 그리고 그런 것들을 문화적인 것들과 연결시키고 싶어하고 마로니에 공원의 중심에 있는 미술관이 해야 할 일이 그런 거, 해야 될 일들이라는 거지. 지금 공원 앞에 펼쳐지는 이런 문화와는 미술관이 원하는 바와는 매우 거리가 있고. 그래서 그 주변에 있는, 자기들의 목소리와 같이 말할 수 있는 집단들을 찾고자 하는 그런 이유 때문에 커뮤니티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는 것이 아닌지, 그런 맥락에서 ps.press에게 주어진 것이 필리핀 거리 시장인 거지. 우리가 이 프로젝트에서 그냥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위치가 아니라, 처음에는 조사하는 작업을 의뢰 받은 거고, 말하자면. 그래서 약간의 자신이 스스로 위치 설정을 하는 게 좀 다른 거 같아. 기획자의 요구나 피드백 같은 것도 수긍이 되면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물론 우리가 그런 성격이 있었으니까 기획자가 이런 제안을 한 거기도 하지만 이 프로젝트 안에서의 협업 관계도 이런 바탕이라고. 작가와 기획자와의 관계 설정이 제각각 다르지만, 미술관이 커뮤니티라는 화두 아래에 자기 이웃이나, 주변을 돌아보는 개념도 그렇고, 이번 프로젝트에서 작가들과 기획자의 사이가 긴밀한 부분들도 있고.

p 우리 작업에서 이야기하자면, 커뮤니티에 대해서 프레드가 이야기 했었던 게 나한테 매우 강하게 다가왔고, 그 커뮤니티라는 말에 어색함을 경험했던 거 같아. 풀에서 전시했을 때랑 다르게 팀 명을 바꾸려고 했었는데 왜 그랬냐면, 굉장히 개인적이고 구체적인 접근법을 가지려고 노력하기 때문에 개별적인 언어를 바라보고 싶다, 라는 게 우리가 가지고 싶어하는 태도였고, 밝혀야 할 것들이고. 잘은 모르겠지만 향수씨 같은 경우에는 활동을 오래 했고, 지금 하는 일도 그렇고, 의식이라던 지 자기 생각과 같은 그런 부분들에 대해서 많이 무장되어 있다고 내가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 나는 향수씨한테 때때로 변화하는 마음을 말하기도 하고, 의식 같은 걸 풀어두고 싶은 상태고, 그래서 이주 노동자에 대한 시각이라던 지 작업 안에서 그런 것들 읽어내는 언어들, 정형화된 것들이 아니었으면 하는 마음이야. 이런 거 읽어보면서 향수씨는 어떤 느낌 받았는지 궁금해. 작업을 하려고 하는 게 개별적인 케이스에 접근을 기반으로 두고 있고, 그 사람들에 대해서 줄줄줄 이야기 하는 게 아니라 우리와의 관계성 안에서 어떤 것들. 타자가 설정이 되면 우리도 변하니까…. 처음에는 시장에 대한 가이드 같은 리플렛을 하려고 했는데, 그것도 고정된 관계가 아니라 여러 번 하면서 계속 바뀌는 거였어. 그러다가 기획자랑 같이 이야기하다가 플라이어 형식을 가지고 오게 된 거지. ‘옥상에 공연’에는 100명의 초대손님이 정해져 있었어, 신청을 받은 거지. 100장의 첫 번 째 플라이어(신문, 전단지 형식)를 배부하는 동시에 설문 조사 작업을 했고 그 뒤에 냅킨 작업(두 번째 플라이어)을 다른 아르코 미술관의 행사에 배부했었어, 이런 행위의 대상에는 미술관에 오는 여러 층위의 관객들이 있었고, 다음의 플라이어는 필리핀 시장을 대상으로 하려고.

s 미술관에 오는 대상들을 뭉뚱그리는 게 아니라, 나이가 젊은 층만 있는 것도 아니고 교육 프로그램에 엮여 아이들과 동반한 아줌마들도 있었고, 밴드를 보고 싶어하는 공연 팀의 팬들이 한 절반이상 있었어. 첫 번째 플라이어는 앞장은 같고, 뒷장은 다른 2가지 버전인데, 20페이지 정도의 혜화동 성당 앞에서 일요일 따갈로그어 미사 후 나눠주는 필리핀 정보지에 앞. 뒷면과 10페이지의 내용을 사용하고 있어. 여기는 경제 상황에 대한 이미지, 헤드라인에 엮이는 기사들이 있었는데 텍스트는 지우고, 우리 텍스트를 다시 삽입한 거고, 이거는 라파엘 클리닉이라는 동성고에서 하는 무료 진료소의 이미지를 사용했어. 우리의 리서치 이미지와 원래 리플렛 이미지와 섞여 있는데, 원래 텍스트를 비우고 이미지로 채우고, 또 블로그들의 이미지와 우리 이미지를 섞었고, 구별이 안가지. 그리고 이거는 ‘카고 회사’ 광고 이미지고 옆에 거는 우리 이미지.

p 우리가 처음에 자료 검색을 인터넷으로 먼저 했는데, 생각보다 필리핀 시장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많았고. 그러나 일회적인 느낌도 받았고, 이런 것들이 있더라, 이런 음식을 팔더라, 사진도 별반 차이가 없고. 처음에 우리가 필리핀 시장에 가졌던 생각과 느낌이 블로그 내용과 너무 똑같은 거야. 다른 것을 찾아야 할 것 같은데, 우리가 블로그를 찾아서 이야기를 섞은 이유도 똑같은 이야기는 안 했으면 좋겠고, 그래서 웹에 쌓여진 자료들을 가지고 오는 작업을 블로그와 인터넷 뉴스 기사들을 모아서 여기 군데군데 들어가 있고. 이것도 인터넷 기사 중 하나이고. 굳이 사람들이 이 정도까지 필리핀 시장에 대해서 말할 수 있는데 우리가 생 라이브로 또 이야기할 필요는 없다는 느낌을 받았어. 이미 포화된 상태 같았고, 웹이 개인의 소통구로 사용되는 모습을 접해보면, 사람들은 모두 다 전문가인 거야. 우리가 뭘 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들었어.

s 작업자로서 작업하는 의미가 똑같은 것을 만들려는 것은 아니고 무엇인가 차별화된 목소리를 낼 수 있고, 뭔가 다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나 고민을 시작한 거야. 전에 풀에서 했던 작업도 기존 미술의 작업에서 어떤 다른 방식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라는 고민에서 어떤 한 사람으로 하여금 풀어내게 한 것이었어, 우리가 아니라. 그래서 우리가 아닌 우리한테 전해주었던 사람들 입에서 우리보다 먼저 그 대상을 알았던 사람들의 목소리로 풀어내려고 했던 거. 그 개별적인 것에 대한 방법론이 적용된 거라고 해야 할까. 접근법에 하나는 지금 ps.press라는 이름을 쓰긴 하지만 바꾸려고 생각했던 more personal이라는 말이 이 프로젝트를 대하는 큰 하나의 화두인데. 좀 더 개별적인 이야기들을 어떻게 끌어낼지, 혹은 구체적인 개별적인 모여서 전체를 만들었는데 그 전체 얘기를 어떻게 개별적으로 해체시킬지.

p 외국인, 이주 노동자들에 대해서 작업을 한다는 게 어려운… 먼저 이루어진 성과도 있고, 혹은 규율 같은 언어들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어느 정도 의식과 표현이라고 할까, 그런 부분들에 관해 나는 관심이 없고, 내적인 욕구에 의해 섭취하지 않는 이상 구색에 맞게 가져가고 싶다는 생각은 안했어. 이주노동자들을 개별적인 케이스로 보고 싶다는 게 처음에 생각했던 거, 개별성에 대한 전반적인 생각들이 섞여서 이런 식으로 조합이 되어나가는 거 같아. 우리의 콜렉티브 방식이 친절하진 않다는 생각이 들지만, 우리가 플라이어 말고도 아르코 블로그를 통해서 나머지 얘기들을 조금 더 친절하게 풀어낼 수 있지 않을까.

s 아마 더 구체적이 될 수 있다면 지금 이건 우리한테 던지는 질문, 아니면 우리가 처음 이 필리핀 시장을 대상으로 작업을 시작했을 때 우리에게 던져진 질문들을 시각적이거나 글로 조합을 한 거야. 이주노동자 얘기도 영어로 여기 플라이어에 마침 있어서 그대로 실었는데 이걸 보더니 그 프레드가 이것을 보면서 이야기하기를 자기는 한국 사람이 아니니까 한글로 된 이걸 다 읽을 수는 없어서 그랬는지, 기사 내용 중에서는 이주노동자에 관해 영어로 쓰여진 이 부분이 가장 크게 와 닿았던 거야. 그래서 그때 “그러면 당신들 작업이 불법체류노동자와 관련이 있나?” 이랬던 거야. 그래서 그 질문에 우리가 시장에서 만난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조금 했는데, 불법체류자는 만나기 힘들었고, 대부분 10년 이상 체류를 하고 기반을 가지고 살고 있더라, 물론 그 속에 불법체류자가 있었을 수도 있고, 그 얘길 하지 않은 거 일 수도 있지. 이 기사를 지우지 않고 그대로 실었던 것도 우리한테 항상 던져지는 질문이었기 때문인 거고. 제3세계 혹은 이주민에 관한 작업을 한다고 하면 항상 이런 식의 질문이 던져질 수 밖에 없고. 우리 스스로가 던지는 질문이기도 하고.

h 나는 궁금한 게 팀 명을 다른 이름으로 하려고 했었다고, 거기에서는 필리핀 시장에서 어떤 목소리를 포착하고 싶었는지. 풀어내는 방식이라던 지 그런 게 이미 많이 정해져 있는데, 계속 반복된 언어들 중의 하나가 ‘필리핀 시장’, ‘커뮤니티’ 인데 나는 필리핀 시장에서 어떤 커뮤니티를 보려고 하는지 궁금해. 예를 들어 동대문 시장을 우리가 커뮤니티라고 하지 않지. 그냥 시장이고 거기에 물건을 사러 오는 사람들이 있고. 우리가 시장 커뮤니티라고 하면 보통 상인들을 말하는 거기도 하고, 아니면 분류하기가 너무 어려운데, 시장상인들이 하나의 커뮤니티를 이루기도 하고, 시장에 그냥 오는 사람들은 커뮤니티라고 잘 안하고, 아니면 우리로 치면 복덕방에 주인은 아니지만 매일 오는 사람들까지 커뮤니티라고 분류가 되기도 하고. 필리핀 시장을 외부인들이 보기에는 하나의 커뮤니티라고 보여지고. 그게 필리핀 국적의 사람들이거나, 물론 이중국적이 허용된 나라지만 아직도 필리핀 국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있거나, 아니면 필리핀에서 거주 체류의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어떤 만남의 장소든 아니면 먼가를 사기 위해서든 하나의 향수를 느끼기 위해서 뭔가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 스쳐 지나가는 공간들이고 거기에 지속적으로 오는 사람들도 있고, 판매를 위해 오는 사람들도 있고, 그걸 왜 커뮤니티라고 부르는지.

s 그래서 커뮤니티, 커뮤니티 라는 질문을 하거나, 커뮤니온,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유대감이 있다면 그것이 무엇인가, 그게 의문인 거지.

h 한국 사람들이 예를 들어 “한국이라는 공간에 필리핀 사람들이 많이 있는데, 크게 드러내놓고 따갈로그어를 하지 않았는데, 아니 하였어도 한국인이 처음 인지한 공간이니까 여기가 커뮤니티다”라고 칭하는 것은 매우 타자화된 목소리라는 거지. 내가 느끼기에는…

s 그게 맞는 게, 우리가 처음 시장에 들어갔을 때 이 경계가 정말 드러나지 않는데 확실하구나 하고 느꼈던 게 언어였어. 그 순간 들어가자마자 우리는 0.1%의 비율도 되지 않는 사람들이 되고, 다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떠들기 시작하고.

p 이를테면 홍대 앞에 거리시장들, 그 사람들은 물론 어떤 구조를 가지고 운영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그런 사람들에게 우리가 커뮤니티라 말하고 접근을 하지는 않는데 필리핀 시장은 굉장히 편하게…

s 하나의 외국인 커뮤니티로 바라보는 그런 접근이 있는 거지.

h 나는 이게 하나의 만남의 장소인 곳이지, 예를 들어 동창회 같은 커뮤니티는 아니라는 거지.

p 그래서 우리가 주목을 많이 했던 것이 일요일이고, 일요일의 풍경 스케치이고, 정말 두 달쯤 일요일에 여기를 와보니 이 사람들에게는 정말 만남의 장인 거야.

s 시장을 사실 벌여놓은 것은 동성고 앞까지 정도 이지만, 아까 만났던 곳까지 사람들이 늘어서 있어, 그리고 시장이 생기기 된 알려진 주된 이유가 성당에 필리핀 신부가 와서 미사를 보니까 사람들이 모이고, 사람들이 모이니 상인과 자본이 모이고, 사람들이 조금 더 머무를 수 있게 좀 더 체류할 수 있게 임시적으로 물품을 사던가, 먹는다던가 하는 장을 펼쳐놓기 시작한 거지. 일요일이라는 단어가 personal이라는 화두만큼 정말 중요한 데, 상시적으로 매일 펼쳐지는 것이 아니라 일요일 한번, 한 달에 네 번 왔다가 사라지는 모습. 거기서 우리는 이게 커뮤니티라고 불릴 수 있고, 그곳을 스쳐 지나갔던 사람들이 ‘나는 필리핀 커뮤니티에 한번 왔다 갔어’ 라고 말할 수 있다면 그게 커뮤니티로서 성격을 가질 수 있는 요소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h ‘나는 필리핀 커뮤니티에 왔다 갔어’가 아니라, ‘나는 필리피노, 필리피나들을 많이 만났어’ 가 아닐까. 예를 들어서 외국에 나가면 애국자가 된다던지 하는 류의 반응이 있을 수 있지만, 각각의 정의도 다르고 하다 못해 국가란 정의와도 다르게 커뮤니티는 다양하고 유동적으로 쓰이는데, 과연 이들이 생각하는 커뮤니티가 무엇일까.

p 내 생각에는 시장에 관한 인상이 2차 자료들을 모으고, 일요일의 초상을 느끼고, 그 후에는 시공간의 한 점과 같은 것으로 다가와. 일요일의 대학로에 모였다가 헤쳐지는, 그 안에 내가 외부자로 바라보아서 보지 못한 커뮤니티의 구조들이 있을 수 있겠지만, 일요일이 아닌 처음 이곳에 왔을 때 일요일 시장의 모습이 아니야. 일요일의 그런 모습들과 축제의 플로어 같은 느낌을 많이 받았어. 테가 보이지는 않지만 특별하고 특정한 시공간으로 다가와.

s 나 같은 경우에는 그렇게 사람들을 모이게 하는 영향력, 이 사람들을 보이지 않게 이 장으로 이끌게 하는 것으로 다가왔어. 그래서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커뮤니티로 호명 될 수도 있고 아니면 조사를 몇 가지 해봤을 때 필리핀 사람들 사이의 시장으로 인해서 생긴 혜화동 모임이라는 것도 있는 거야. 어떻게 보면 그런 것들이 시장을 둘러싼 커뮤니티라는 한 요소로 말해질 수 있는 것 같기도 하고, 그런 결집체를 이룬 것이나, 엉성한 집단 혹은 그룹의 사람들. 복잡한 것처럼 얽혀있다가도 사라지는 사람들을 모으는 영향력은 무엇일까. 어쩌면 축제의 성격이나 혹은 사람들이 신나서 일요일에 자거나 쉬지 않고 집 밖에 나오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게 어쩌면 커뮤니티라고 호명하고 싶어하는 이들에게, 혹은 나 자신에게 들려주고 싶은 얘기가 되는 거겠다 싶어.

h 사람들은 왜 시장에 계속 올까? 필리핀 사람이던 한국 사람이던 그 곳을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은 각각이 다를 것 같은데.

p 대학로라서? 진짜 웃겼던 게 대학로에 젊은 한국사람들이 아무 생각 없이 놀려고 왔어. 근데 잘못 길을 든 거야. (웃음)

s 사진을 찍을 목적을 가지고 의도적으로 진짜 큰 DSLR 카메라를 들고 찾아오는 사람도 있고.

p 혹은 어떤 목적인지는 모르겠지만 인터뷰를 하는 사람도 있고.

s 저번 주에 본 사람은 영어 말하기를 목적으로 온 사람인 거에요. 필리핀 여성을 상대로 자기 맘껏 영어로 말하고 녹음을 하고 ‘땡큐’ 하고 가는 거야.

h 필리핀 사람들은 왜 오는 거야? 관찰자의 의견이 아니라 그 사람들 관점에서 왜 오느냐고.

s 우리가 만난 각각의 예를 들면, 3시 이후 시장을 휩쓸고 나오는 사람들은 성당 미사를 보고 나온 사람들이었고, 그리고 성당 미사에 참여해보니 그 속에는 좌석을 차지한 사람들은 주로 가족단위였고 의자에 앉지 못한 사람들은 혼자 오거나, 그러면서 끝나면 암팔라야나 그 주에 먹고 싶은 필리핀 음식들을 사가고, 그 때가 시장의 가장 번화한 순간이고. 아까 만난 그 친구(데보이)는 한국에 온지 10년 이상이 됐고 호텔 밴드 연주자고, 노르마 아줌마와 동네 이웃이고, 전단을 나눠주기도 하고, 그 식당에서 일을 하고 있는 것을 보기도 했고.

p 봤을 때, 미사가 크다면 미사 만큼 시장 상인들, 시장의 어떤 역할을 하는 사람들, 장사를 하면서 일자리도 생기고 사람들이 또 모이고, 그런 한편 무목적적으로 오는 사람들.

s 그 친구(데보이)의 친구(에드먼드)는 자기 일은 아니지만 친구가 하는 이주노동자들에게 법적 도움을 주는 곳을 알리는 전단을 나눠주기도 하더라.

h 그 사람한테 그건 어떤 의미야?

s 물어보진 않았는데… 봉사성격처럼 도와주는 것 같기도 하고, 파트 타임일지도 모르고.

h 작업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런 것들이 어쨌든 커뮤니티일 수 있는데, 사람들이 필리핀 시장에서 마치 한인 타운 같은 느낌을 받나, 하는 생각을 했어.

p 보통 웹 기사를 보면 서울의 풍물시장, 외국인 시장처럼 말하더라고. 서래 마을과 동급으로 취급하기도, 거주하지 않지만 외국인들이 많이 모인다는 이유만으로도 그렇게 말한다는 거야. 또 풍물시장일 때는 또 서울에 별난 시장들과 얽혀서 나오기도 하고.

h 이 시장을 한국사람들이 자기 읽고 싶은 대로 읽지 않나, 그런 의미에서 커뮤니티가 때론 마켓이고, 때론 나누고자 하는 욕망이 있는 순수한 인간으로, 예를 들어 의료면 의료, 법률 지원 같은 봉사의 장이기도 하고, 취재, 사진 촬영, 카메라와 시선이 포착하는 대상을 만나는 공간이 되기도 하고. 그런데 아까 특정한 시공간으로 플로어라는 공간이 각각의 개인들에게 일상으로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s 그러니까, 일요일의 시간과 일요일이 아닌 시간들에는 무엇을 하는지.

h 지금 계속 말하는 것도 개인적인 이야기들을 드러내고 싶다고 했는데, 마치 무슨 페이퍼에서처럼 ‘미사를 보기 때문에’라는 표현보다는 좀 더 목소리를, 내 생각에는 어떤 사람은 일년에 한 번 올 수도 있고, 한 달에 한 번 올 수도 있고, 매주 올 수도 있고. 거기다 미사에 와서 제각각 얻는 것도 다를 것 같은데.

s 우리도 그걸 알고 싶어. 그것을 물어보려면 우리도 사람들과 더 친해져야 하고, 그리고 내적인 거부감이 조금은 사라진 그 상태에서 질문 가능할 것 같아. 지금까지 벌여 놓은 것들은 다른 사람들의 자료를 통해서 어떻게 그들을 보고 있는지, 또는 우리 사회에 그들이 어떤 방식으로 읽혀지고 있는지 약간의 파악을 하는 것으로 작업을 시작하고 있어. (웃음) 사실 이런 문제도 우리한테 막 질문이 주어지는 데, 우리 안에서 자세나 입장에 대한 내적 검열 같은 거.

p 그렇지, 이 커뮤니티 혹은 필리핀 시장, 이 필리핀 사람들 안에 어떤 내부의 공간이 있는데 내가 거기 침입하는 느낌이 드니까 사람들한테 다가가기가 너무 두렵고, 내가 어떤 구린 목적을 가지고 그들과 친해지려는 느낌 같은 거. 처음에는 완전 소심했고, 지금도 그런 거 가지고 고민 안 한다면 거짓말이지, 친해지면 더 고민하게 되는 거 같아.

s 그러니까 내가 이 사람들을 대상화를 하지 않고 개별적인 얘기를 끌어내면서 접근을 한다 하지만 이 사람들을 대상화 하는 그런 오류에 빠질 수도 있다는 거지. 그러니까 중간 중간에 우리 스스로 걸림쇠를 거는 거지. 우리 스스로가. 하다못해 음료수 레시피를 이들의 손으로 얻어야 해. 그렇다면, 내가 조금 더 덜 바쁠 때 찾아가고 싶고, 덜 방해를 했으면 좋겠고. 이들에게는 이게 생업인데. 필리핀 요리사 아주머니는 주중에 뭘 하는지 진짜 궁금했는데 일요일을 위해서 주중에 내내 준비를 해서 요리를 만드신다는 거야. 그리고 각 대사관들이 필리핀 특유의 음식을 대접하고 싶다면 불려 다니시는 거야. 상업적이고 굉장히 전문적인 거야. 저저번주에 시장 끝날 때까지 남아있었는데 뵌 분이, 그 아주머니가 아빠라고 부르는 꽤 연배가 있는 한국 남성분이었는데, 정착에 도와주신 분이라는 거야. 그리고 그 전에도 시장에서 한국 아주머니를 만났었는데, 연배가 높으셨는데 자기가 이 요리사 아주머니 따라다니면서 외국인들 많이 만났다고 자랑을 하시는 거야. 이 사람들도 사업이 커지니까 한국인들도 모이고. 그리고 처음에 ‘이 보도 못한 야채들은 어디서 오나?’ 의문이다가, 2차 자료를 수집하면서 알게 된 게, 한국 무역상 인터뷰도 나오고, 수입통관 같은 딱지들도 보였고 그리고 냉동 생선을 취급하는 건 꽤 큰 유통 사업인 거야. 냉동창고도 있어야 하고. 그냥 작은 풍물 시장, 일주일에 한번 열리고 마는 수준이 아니라 굉장히 큰 사업이었던 거야.

p 우리가 처음에 봤을 때는 일요일 거리 시장 정도 생각했다면, 그게 아니라 큰 사업이고 생각했던 것보다 단단하고 확고한 사업이더라고. 레스토랑만 거리에 있을 뿐이지, 끝날 때 즈음 가면, 거리에 큰 트럭에 그 물건들을 정리하는 걸 보면서 많은 시간이 쌓인 수납 정리의 모습들 직접 보면서, 생각이 달라지지, 접근하게 되는 것도 그렇고. 근데 내가 느끼는 건, 같은 말을 섞을 수가 없고 이렇게 편하게 한국말로 할 수 없고, 한국 사람이라고 해도 낯설면 이야기 하기 힘든데, 인터뷰를 할 때 그런 막을 못 느끼는 지, 느낀다면 어떻게 대처하는지, 아니면 향수씨는 개의치 않는지 궁금해.

h 당연히 있지. 사람들은 때때로 인터뷰를 할 때 보여주고 싶은 것이나 발화할 수 있는 것만큼만 이야기하지, 내 의지나 말하고 싶은 것들에 대해 말하지 현상을 그대로 말하지 않는다는 거지. 쉽게 말해서 불법인데 합법이라고 말을 할 수도 있다는 거지. 왜냐면 당신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모르니까, 출입국 사무소에 여직원일 수도 있으니까. 항상 여러 가지 경계를 느끼지. 물론 대부분 한국에 와 있으면 여행자일수도 있고 대학생일 수도 있고. 한국에 길게 체류한다면 파트 타임 일을 할 수도 있지만. 예를 들어서 나는 ‘난 결혼 생활이 너무 행복하다. 난 다음 생에도 이 남자와 결혼할 것이다’ 라고 말하는 여성을 처음 만났어. 아마 그녀는 그를 정말 사랑할 수도 있지. 혹은 순수한 결혼의 조건인 사랑을 내 결혼에 포함시키고 싶다는 것일 수도 있고, 역으로 사랑하려고 무지 노력한다는 의미일 수도 있고. 나는 그녀의 진심을 알 수는 없어. 몇 번의 인터뷰만으로는. 어쨌든 사람들은 진실을 말하기도 하지만, 자기가 보여주고 싶은 모습이나 삶의 의지만 보여주기도 해. 그게 나쁘다는 것은 아니야. 지금 그녀가 발화하는 것을 해석해야 하는 순간도 있고, 때론 그냥 잘 듣고 옮기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때도 있으니까.

s 아까 시장에서 하이파이브 했던 친구랑 만남이 재미있었는데, 추석 때 p는 집에 가고, 나는 교포 친구랑 같이 갔었어. 한국말이 서투니까 영어로 얘기해서 외국인인줄 알고 그 친구가 먼저 말을 건 거야. 헷갈려서 녹음을 다시 들어봐도 분명 자기를 로저 무어라고 했어, 헐리우드 배우 이름이랑 똑같다고. 그 다음주에 에드먼드라는 친구한테 이름을 다시 물어보니 이름이 데보이라고 하는 거야. 자기가 표명하고 싶고 불리고 싶은 이름으로 스스로를 이야기 하는 거야. ‘헐리우드 배우랑 자기랑 똑같다’, 일종의 워너비 같은, 동경의 대상 같은 좋은 이미지로 스스로를 드러내는 거. 이름을 그렇게 말하니까 그래서 깜짝 놀랬어. 향수씨 얘기 들으니까 그 친구가 그렇게 대답했던 게 자기를 이렇게 보이고자 했던 걸 수도 있단 생각이 드네.

p 대화하는데, 상대방을 어떻게 설정하는 거에 따라서 내 대답이 달라질 수 있잖아. 어떤 사람인지 잘 알지 못하고, 조금 더 자신이 원하는 만큼 상대방이 명확하게 판단이 되지 않기 때문에 그런 식으로 내 삶을 드러내는 거, 그런 느낌이 들어.

h 사람들이 전달하는 거는 랑그인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기 텍스트로 이거를 해석하고 분해하는 거지. 내가 요즘 인터뷰하면서 관심 있는 게, 특히 우리가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두려움과 동경과, 또 가난한 나라에서 오면 멸시도 있고, 여러 가지 복합적인 감정들이 있는데, 이 목소리를 한국 사회 내에 전달해주는 사람들이 있잖아. 이 사람들이 구체적으로 말하는 것들이 대부분 외국인 노동자의 임금이 체불되었다던가, 아니면 텔레비전에서 봤는데, 필리핀 아내의 절규 같이 현상에 자기 목소리를 덧입히는 거야. 그런데 그게 자기의 삶의 미션이 될 수도 있지. 정부에서 자기 편의 이주 여성을 내세우고, 자신의 정책-사회통합제 같은 정책을 홍보하기도 하지. 물론 나도 완전히 내가 전하고 싶은 목소리가 없는 건 아니야. 그렇다면 내가 제대로 전달하는 건, 최대한 랑그의 상태로 전달해야 하지 않나, 이미 필터링이 많이 되기보다. 주장만 담기는 것보다는 인터뷰 할 때 그 감정을 여과 없이 전달하고 싶어.

s 그런데 내가 완벽한 랑그의 상태를 전달할 수 없는, 완벽하게 순수한 상태로 전달할 수 없잖아. 작업을 하면서 목소리를 옮겨오는 행위까지도 이게 내가 포착을 하는 순간부터 나로 인해 걸러지고, 이미지도 그렇고. 그런 이미지를 다른 이미지나 텍스트로 드러낸다던가 병치한다던가 그런 것도.

h 처음에 지금 내가 일하는 데 결혼한 여성들이 많이 있으니까, 나한테 ‘나이가 서른인데 언제 결혼해?’ 이 질문을 아무도 하지 않는 거야. ‘언제 결혼 할꺼야?’와 ‘아직 결혼 안했어?’는 다르잖아. 나를 아는 부모님들도 ‘언제 할래’ 이런 식이지. 그런데 이 여성들은 계속 ‘아직 안했냐’ 는 질문을 하더라고. 서로 다른 세상에서 살았던 거지. 18살에서 20살이 결혼적령기인 사회에 속했던 여성들과 서른이 넘어도 결혼을 하지 않는 게 이상하지 않는 나의 경험. 내 경험으로 그녀들의 경험을 정의내리는 것은 위험한 것 같아. 가난한 나라 여성에 대한 차별적 시선이 큰 대한민국에서,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폄하하거나 일부를 훼손하는 그런 발언을 어떻게 참을 수 있을까 궁금했어. 그런데 자기 스스로 푸는 방식이 있었다는 거지. 그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나온 건 결혼한 베트남 여성인데 농촌 지역에 살고 있는 케이스야. 흔히 국제 결혼한 여성들이 농촌에 살고, 때때로 남편들이 심하게 때리고 그런, 이 여자도 그랬는데 계속 참아오다가, 어느 순간 참지 못하고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나올법한 주인공이 되어 버린 거야. 이 여자가 집을 망치로 계속 부수는데. 이 남자가 아이를 낳기 전에는 이 베트남 여성의 집에 십일만오천원을 계속 보내줬대. 여자가 아이를 낳고 나니까 돈을 안 보내주는 거야. 아이가 14개월인데 그 동안 계속 참다가, 여자가 이런 이야기를 하니까 그 남편이 때리고 그러면서 나중에는 의심하면서 ‘집에 물건 손대지 마라, 하나도 없어지면 안 된다, 가져가지 마라’ 한 거야. 결국 이 얘기를 너무 듣다 보니 이 여자가 정신병이 온 거야. 집을 계속 부수는데 완전 초토화된 거야.

S 그게 대화가 말로 통하는 상태가 될 수 없으니까 그렇게 나오는 건 거….

h 한국에 사는 나도 예를 들어 직장에 있다 보면, 하루에도 몇 차례 참을 수 없는 한계점이 생기는데. 지난 해 나는 춤을 추면서 좋았던 게 아무 생각 없이 웃을 수 있고,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즐길 수 있는 공간, 그런 게 있어서 좋았는데, 그런데 저 곳(필리핀 시장)을 그런 공간으로 사람들이 해석한다면, 내 생각에는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예를 들어 미사를 보고 싶다면 가까운 데서 할 수도 있고, 온라인 마켓으로 주문할 수도 있는데. 수원의 이주노동자 센터에서 일하는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 말로는 사람들이 경북에서도 온다는 거야. 매주 올 수도 있지만 두 세달 간 교통비를 모아서 오기도 하고, 고향 친구 만나러, 그러니까 만남의 장소가 될 수도 있고. 근데 다른 공간으로 온다는 게, 제각각 일상에서 받는 스트레스들이나 어쩔 수 없이 이주를 한다던가 혹은 한국 내에서도 거주지를 옮기지 못하고 일정 정도 살아야 하는 상황들이라던 지, 그러니까 여기(필리핀 시장)에 찾아오는 욕망 같은 그런 것들이 궁금한 거야, 거기다 어느 정도 해소되고 있는지도. 그리고 한번 오고 안 오는 사람들도 있을 것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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