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지널 사운드 트랙 오브 필리핀 마켓
'당신의 일요일은 어떤가요?' 흔해빠진 유행가 가사 한 구절 같은 이 질문이 우리에게는 대학로 필리핀 거리 시장을 대하는 큰 화두 중의 하나이다. 모두가 쉬는, 놀고 싶어하는 일요일에 나와서 시장을 가능하게 하는 사람들은 누구인지, 일요일 그곳에선 도대체 무슨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왜 일요일인지 그 명제는 끊임없이 증폭된다. 덕분에 일요일에 매주 출근하듯이 시장을 대상화하고 작업화하는 우리는 어떤 대화를 시도하는지, 자신이 어떤 대화를 나누었는지를 알고 있는지 자문하고 돌이켜 볼 수 밖에 없다.
하루는 철저한 이방인으로서 밖에 행동할 수 없어 시장의 길을 따라 걷는다. 하루는 익숙하지 않은 음식에 도전해보고자 시장 사람에게 얼마인지,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 등을 물어보며 뜻하지 않게 호의적인 분위기에서 한 상인으로부터 시장의 소사를 듣는다. 마침 추석인 또 하루에는 말을 거는 시장 사람도 만나본다. 그리고 하루는 이들이 모이는 이유라고 알려진 성당 미사에도 가보고, 또 생겨나는 다른 하루는 다른 이들과 시장과 작업에 관해 심층적인 대화를 나눈다. 이렇게 녹음된 필리핀 시장의 사운드는 각 사운드 트랙을 설명하는 해설과 녹취록이 담긴 작은 북클릿과 함께 존슨 교실의 어느 한 판넬에 설치된 CD 플레이어를 통해 들을 수 있다.
전체 프로젝트 책이 기관 교류 등의 행위를 통해 유통망을 만들어낸다면, 네 번째 플라이어가 될 CD제작은 책과는 다른 유통망을 만들어내려는 시도로 적게는 10부 정도 제작하여 이주노동자 센터 등에 배포할 계획이 있다. 프로젝트 혹은 이러한 시도에서 도출하고자 하는 상호 주체성이 미래의 시간에 얼마나 지속될 수 잇을 것인가, 새로운 관계 형성을 얼마나 계속할 수 있는가에 대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이것을 시작할 수 있는 행위로 배포 및 유통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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