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4-30

.

ps.press on sunday

커뮤니티, 커뮤니온?_아르코 미술관과 대학로 필리핀 시장 그리고 ps.press
---------------------------------------------------------------------------------

ps. press는 아르코 미술관의 ‘커뮤니티, 커뮤니티Community, Community’(가제, working title) 프로젝트에서 지시된 커뮤니티들 중에서 대학로 필리핀 시장을 바라보는 역할을 제안 받았다. 이 필리핀 시장은 90년대 후반부터 현재까지 매주 일요일마다 대학로의 혜화동성당과 동성고등학교 주변에 열리는 필리핀 커뮤니티이며, 아르코 미술관은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한 가운데에 자리잡고 있는 문화 공간으로서 또 다른 커뮤니티이다. 미술관은 지금 왜 커뮤니티를 화두로 삼는가. 그리고 이 위치(위상)에서 미술관은 커뮤니티라 지칭된 주변과 어떻게 관계 맺고 소통하고 싶어하는 것일까. 또한 작가라 불리는 또 하나의 층(집단)을 통하여 그들의 소통방식을 매개하고자 했을 때 어떤 지점들이 새롭게 생겨날 것인가.

우리는 작가들과 미술관 혹은 기획자들, 미술관과 공원, 미술관과 시장, 한국 사람과 필리핀 사람이라는 단편적이고 평면적인 범주의 설정과 조합이 커뮤니티로 기능하기 의해서는 무엇이 전제되어야 하는지 의문이 생겼다. 그리고 그 무엇이 이들에게 커뮤니티로서의 유대감, 다른 용어로 커뮤니온2 이라 칭해지는 것들을 형성해 줄 수 있는지, 그것이 가능하다면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면면들은 커뮤니티, 혹은 그것들에 의해 찾아질 수 있는지 고민해보기로 하였다. 또한 몇 개의 집합과 개체들간의 입체적인 관계성을 통해 새로운 시선으로 커뮤니티를 바라보고, 이를 통해 상호간의 소통 경로는 어떠한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지 짚어볼 것이다.

2. 여기서 ‘커뮤니온’이라는 단어는 커뮤니티/집단을 형성하는 전제조건인 동시에 집단내부 구성원들의 관계 형성과 그로 인해 생성된 일종의 유대감을 뜻하는 것으로 쓰였다. 그러나 실제의 집단은 내부로부터 만들어진다기 보다 외부로부터 호명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그리고 단어 자체가 만드는 또 다른 해석의 함정을 인식한다. 이렇기 때문에 우리가 만난 후레드(프레데릭 미숑)는 커뮤니티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 것인지도 모른다. 이에 관한 자세한 이야기는 이번 블로그 후반부 첫번째 플라이어에 관한 부분에서 찾을 수 있다.


대학로 필리핀 시장 접근법
---------------------------------------------------------------------------------

ps. press는 대학로 필리핀 시장의 모습을 어떤 특정한 집단으로서가 아닌 보다 세분화된 시선으로 바라보기를 희망한다. 조금 더 개인적이고 개별적인 접근법을 통하여 그 내부를 교차하는 여러 층위의 이야기를 드러내고자 한다. 과연 우리 모두는 문화적, 사회적, 혹은 국가적인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읽혀지는 누구들인가. 어떠한 층들에 얽혀있는가. 어떤 용어로 묶여 말해지는가. 커뮤니티를 쪼개고 쪼개어 그 속에 침잠한 다면체의 개인들을 밝혀내고 싶다. 이는 한 단어가 표명하는 뭉뚱그려진 성질, 즉 하나의 이름으로 독해되는 집단성 혹은 공동체성을 보다 입체적으로 바라보고 또 분해하여 그 안에 숨겨진 개인성들을 발굴해내려는 시도이며, 기존의 커뮤니티 설정을 새롭게 바라보고자 하는 실험이다.

집단 혹은 현상 속의 개별적인 제 각각의 것들을 드러내기 위해서는 이를 향하는 시각과 독해에 대한 성찰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각각은 자신만의 언어를 가지고 있으며 그 언어는 개체의 입체성 안에서 지속적으로 변형되고 있다. 매 순간, 순간 이동하고 변화하는 시간에 주목하는 우리의 방법론은 이미 생산되어 확고하게 구축된 언어의 해체와 재독해이며, 또한 그 속에 직접 뛰어들어가 몸으로써 경험을 하고, 그 체화의 과정에서 발견되는 시시각각의 인상과 예기치 않게 등장하는 감성에 주목한다.


ps. press의 자료 수집
---------------------------------------------------------------------------------

우리는 대학로 필리핀 시장에 대해 알고 난 후 가장 먼저 인터넷 검색을 하였다. 어느새 우리 삶의 모습은 궁금증 혹은 관심을 인터넷 검색을 통해 충족하고 있으며, 이 현상은 비단 젊은 세대들에게 국한되는 방식도 아니다. 우리 주위에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터넷을 통하여 자신을 표현하고 사람들과 소통하며 정보를 수집한다. 그리고 그 이상의 것들을 가능하게 해주는 것이 바로 디지털의 시공간이다. 삶의 양태 속에서 기본적이고 일차적인 도구가 되어버린 인터넷을 이용해서 ‘대학로 필리핀 시장’을 검색해보자. 만일 당신이 이 명령 아닌 명령을 이행한다면, 더욱이 필리핀 시장에 대해 들은 바가 없다면 아마도 꽤 많은 검색 결과에 적잖이 놀랄 것이다. 그만큼 이미 많은 사람들이 대학로 필리핀 시장을 알고 찾았으며, 개인 블로그와 인터넷 뉴스 같은 수많은 웹 페이지에서 대학로 필리핀 시장의 정형화된 환상적인 이미지를 끊임없이 생산해내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포화 상태가 되어버린 자료를 두고 또다시 우리 작업에서 대학로 필리핀 시장에 대한 리서치가 필요한 것일까. 우리의 경험과 시선은 과연 특별한 것일까 고민해왔다. 지난 두 달간 필리핀 시장의 현장에서 작가로서 조사하고 기록하여 ‘포착’한 이미지들은 이미 생산된 이미지와 그다지 다르지 않았으며, 혹은 조금은 차별화 될 것이라고 예상했던 섬세한 느낌이나 묘사 또한 존재하고 있었다. 만약 우리가 직접 얻어낸 자료와 수집된 인터넷 자료들을 한데 섞어서 제시한다면 구분하기 힘들 만큼의 일치를 보이고 있다. 1인 미디어 시대라는 현 상황에 맞춰 개인적인 텍스트까지도 넘쳐 나고 있으며, 때때로 다른 직업을 가진 이들의 수준과 감성은 작가라는 이름을 가진 우리를 뛰어 넘는 것이 되어 버린다. 또한 전국민의 DSLR 카메라 취미활동이라는 양상과 더불어 매우 뛰어난 사진들에 밀려 우리가 포착한 이미지들은 아무것도 아닌, 그저 작은 똑딱이 디카로 찍은 판에 박힌 것들이었다. 이러한 2차적 혹은 간접적인 방법을 통해 수집된 자료를 통하여 우리가 인식할 수 있었던 것은 포화의 상태에 더하는 뻔한 생산이 아니라 이 상태를 어떻게 간파하고 새롭게 읽어내느냐의 통찰에 있었다.


그리고 일요일
---------------------------------------------------------------------------------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주 일요일마다 대학로 필리핀 시장으로 출근하는 우리의 내적 동기는 또 다른 미세한 면을 지시하고 있다. 처음 혜화역 1번 출구를 나서서 필리핀 시장으로 향했던 그 거리의 모습에서 우리는 들뜬 축제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길가에 삼삼오오 무리 지어 모여있는 필리핀 사람으로 보이는 이들은 모두 가볍고 밝은 웃음에 깔끔한 옷차림을 하고 서로의 지난 한 주 간의 일들을 신나게 대화하는 듯 했다. 이렇게 그들은 동성고등학교를 중심으로 양쪽 거리가 축제의 장으로 변신한 듯이 편하고 거리낌 없이 그 장소를 자신들의 것으로 점유하고 있었다.
마치 그것은 축제가 열리는 무도회장의 플로어처럼 사람들을 무엇인가에 이끌려 춤추도록 만드는 특별한 공간으로 인상된다. 젊음의 거리로, 민주화의 거리로 상징되는 대학로는 필리핀 시장이라는 공간 안에서 한국 사회의 이방인들에게 그들이 살고 있는 이 사회의 가치들에 구애 받지않는 그들만의 시간으로 새롭게 재구성되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어느 한 날 한시 이렇게 모여 장을 형성하고 기록되지 않는 무수한 이야기들을 만들어내고 또 다시 다른 날 다른 시간에 만날 것을 확실하게 혹은 암묵적으로 약속하면서 사라져버린다. 이러한 현상들이 축제의 성격이 될 수 있다면 우리가 바라보는 필리핀 시장은 충분히 아름답고 화려한 축제로 읽혀질 수 있을 것이다.

매주 일요일 우리는 대학로이면서 대학로가 아닌 필리핀 상인들과 필리핀 사람들이 모여있는 거리시장에서 서로 사고파는 물건들을 구경하고, 짧은 대화도 하고, 필리핀 음식도 먹으면서, 필리핀 신부님이 접견하는 미사에 참석도 하면서 실질적인 부딪힘의 시간을 취하고 있다. 그 실제 하는 시간 속에서, 우리는 필리핀 시장 커뮤니티라고 묶여진 집단성을 해쳐내고, 개인 대 개인의 접점에서 이름을 묻고, 시선을 맞추고, 하이파이브를 한다. 축제라는 곳에서 낯선 사람을 만났을 때의 어색함과 반가움이 교차하는 순간이다. 두 달간의 시간이 길었다면 길었을까. 이 작업이 아니었다면 관계를 이루지 못했을 낯선 사람들은 이제는 조금 익숙해진 우리들을 보며 인사하고 웃는다. “하이, 하와유?”

댓글 없음:

댓글 쓰기